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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설국여행 4일차 본문

여행/[20151203-10]홋카이도

첫 설국여행 4일차

참지않긔 2020. 5. 22. 17:05

♥ 딱히 갈 곳 없는 요즘. 지난 추억을 떠올려 보아요. ♥

 

오늘은 오타루로 떠나보자.

우선 요이치를 갔다가 오타루로 갈 예정이다.

요이치는 딱히 가보고 싶었다기 보다 레일패스 끊은게 아까워서.

 

일본 NHK 아침드라마에 나오면서 더 유명해 졌다고 한다.

일본의 유명한 위스키 증류소이다.

난 잘 모른다만.

 

가끔 일본이 빠르게 외국문물을 받아들인 과거의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도 저랬다면...' 이라는 아쉬운 생각이 들곤한다.

주도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하기엔 서구문화에 대한 사대주의가 꽤 크지만.

어쨌든 자체적으로 받아들여서 흡수한 모습들을 보면 조금 착잡하다.

 

자 일단 아쉬움은 접어두고 니카 요이치 증류소로 가보자.

오늘도 눈이 날렸다 그쳤다를 반복한다.

삿포로에서 오타루로 갈 때 기차 운행방향의 오른쪽에 앉으면 바다가 보인다고 해서 오른쪽에 앉아서 열심히 풍경을 감상한다.

바다가 꽤 가까이에 있어서 괜찮나 싶은 구간도 있고

집이 너무 가까운데 싶은 곳도 있고

한방에 다 날라가겠다 싶은...

흠... 자나깨나 입조심.

오타루를 지나 요이치에 도착했다.

역에서 부터 술상자들이 반긴다.

반갑구나 알콜들아~

역에서 나와서 조금만 걸어가면 위스키 공장이 보인다.

증류소 견학과 시음이 가능하다.

생각보다 꽤 넓은 곳이다.

이곳 저곳 건물을 보여주면서 설명을 해주신다.

눈이 그쳐 날이 개이니 하늘이 너무 예쁘다.

건물도 옛 느낌이 남아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지막으로 시음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간다.

레스토랑도 있어서 식사하시는 분들도 있다.

3가지를 시음할 수 있다고 해서 나도 일단 주문해 봤다.

사과와인을 주문했던 것 같은데

와인이 아니라 위스키던데...?

아침부터 빈속에 먹을려니 너무 독해서..

게다가 위스키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더 이상 먹지 않고 더 둘러보다가 나왔다.

이제 진짜 오타루로 간다.

미나미오타루역에서 내려서 오타루역쪽으로 걸어가는 코스를 선택했다.

역에서 그냥 대충 감대로 가다보면 이렇게 유명한 메르헨 교차로가 나온다.

오오 이곳이 그곳인가~ 러브레터.

지금봐도 재밌는 러브레터.

 

여기에 오르골당도 있고 빵집도 많아요.

소개 끝...?

 

오르골당은 여기저기 널려있는데 교차로 쪽이 제일 큰 것 같다.

여기서 지름신 강림할 뻔 했다.

오타루 유리공예가 유명하다고 한다.

이쁜 게 많아도 유리는 들고 오기가 부담스러워서..

가끔 그릇같은 거 해외에서 사오시는 분들 진짜 존경스럽다.

무거운 게 싫은 나는 귀걸이같은 악세사리를 주로 사온다.

가벼우면서 나에게 유용한 것으로.

술잔은 매번 나를 유혹하는데 사실 소주나 독주는 잘 못 마신다.

주로 맥주를 먹기 때문에...

사고 싶긴 한데 쓸모가 별로 없어서 꾹꾹 참는다.

눈이 갑자기 점점 더 세차게 내린다.

춥고 배고프니까 밥 먹으러 가야지.

후다닥 뛰어들어간 곳은 라멘집.

다른 음식점들은 좀 비싸서 만만한 곳으로 들어갔는데

찬찬히 보면 해산물을 파는 식당들도 꽤 많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곳에 유명한 스시집도 많았다.

물론 비싸다.

오늘은 소유라멘을 시켰다.

1일 1라멘.

만두는 안 시킨걸까..?

 

몸을 데웠으니 이제 정신 좀 차리고 다시 남들이 칭찬해 마지 않는 오타루 구경에 나선다.

오타루는 메이지 시대의 건물이 잘 보존되어 있으며

기타노 월가라 불릴만큼 금융이 발달한 도시이기도 하다. 옛날에.

건물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즘 유행하는 메트로 느낌이 팍팍.

 

또 다시 날리는 눈발에 어디든 들어가야 했기에 금융자료관으로 향한다.

희안하게 바람은 항상 앞에서 불어온다.

뒤에서 불어주면 안되겠니?

나 좀 밀어주라...

1억엔.

우리 돈으로 약 10억원.

들어보자.

가뿐하다.

이제 들고 가도 되나요..?

옛 은행건물을 박물관으로 쓰고 있다.

은행 창구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로.

창구에 있는 대리석에 화석도 있다.

친절하게 빨간 화살 표시로 알려주고 있다.

봐도 모르는... 눈 뜬 장님.

 

근엄하면서도 친절하신 경비 아저씨 덕분에 괜히 더 좋은 인상을 남겼던 금융자료관.

궂은 날씨엔 대피소(?)로 사용해도 좋겠다.

 

밖으로 나오니 날씨가 조금 좋아졌다.

오타루 운하로 가서 잠깐 지리를 파악하고 해가 지면 오는 게 좋을 것 같다는 판단 하에

'히카리' 라고 하는 유명한 커피집으로 간다.

이런 게 뉴트로인가?

옛 느낌 뿜뿜이다.

사진촬영이 금지라서 외부만 찍어봤다.

안으로 들어가면 아주 침침하니 어둑어둑.

앤티크한 소품과 가구들로 빼곡히 차있는 다방이다.

너무 많아.

 

이 곳은 화장실이 대박이다.

마치 천국의 문을 연 듯한 환함.

할렐루야를 외쳐야 할 것 같은...?

어두침침한 실내와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

천국과 지옥...?

실내에서 담배를 폈던 것 같으니 분위기는 둘째치고 담배냄새지옥 정도로.

화장실을 꼭 가보시길...

 

응?

 

따뜻한 커피와 초코케이크로 당을 보충해 주고 슬슬 다시 밖으로 나간다.

4시쯤 된 것 같은데 아직도 눈이 미친듯이 날리고 있다.

그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조금은 어두워진 운하에 하나 둘씩 불빛이 들어온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선다.

아.. 치인다..

더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리고 싶었지만 집에 갈래.

혼자라서 끈기가 없어요..

 

운하라고 해서 뭔가 대단한 걸 기대한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막 소름끼치게 아름다운 것 같지도 않고.

혼자라서 그런가?

눈에 치여서?

 

아쉬움은 남지만 그래도 분위기는 참 좋은 곳이다.

다음에 다시 와서 좀 더 여유롭게 즐기고 싶은 그런 곳이다.

눈이 조금만 덜 내려줬다면 더 여유있게 둘러봤을텐데

하루종일 눈 위를 걸어다닐려니 좀 지친다.

오타루는 여기서 안녕~하고 삿포로로 넘어가자.

따뜻한 기차안에서 몸과 마음을 좀 달래주고 숙소가 있는 삿포로로 간다.

삿포로에 도착해서 그 피곤한 와중에 또 삿포로 팩토리까지 걸어가주고. 버스비 아낄려고.

가는 길이 빙판이라 너무 너무 힘들었다.

막상 볼 것도 별로 없고 ㅠ

맥주공장 견학 시간도 다 끝나서 그냥 맥주나 마셔본다.

영롱하도다.

바로 옆에 있는 공장에서 만든 따끈따끈한 맥주다.

일본은 지역 술의 색깔이 강해서 찾아먹는 재미가 있다.

삿포로 클래식 같은 경우도 홋카이도 내에서만 맛 볼 수 있다.

홋카이도 여행 내내 아주 잘 먹었다.

요즘은 우리나라도 지역 술을 많이 개발하는 추세인데 지역색이 강한 상품이 있다는 건 확실히 장점인 것 같다.

별 볼 것 없는 삿포로팩토리를 나와서 오오도리공원을 거쳐 숙소로 가보자.

삿포로팩토리를 가는 길에 멀리서 삿포로 테레비 탑이 보여서 그냥 잠깐 들렀다 갈려고 했는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뮌헨 크리스마스'라는 행사를 하고 있다.

자매도시인가...?

나름 이국적이다.

일본에서 맛보는 이국적인 분위기.

오오도리 공원 전체에서 다양한 일루미네이션이 펼쳐진다.

놓쳤으면 아까울 뻔 했다.

하루 종일 눈이랑 싸운다고 힘들어 죽겠는데 구경하며 사진찍으며 공원을 지나왔더니 시간이 훌쩍 간다.

여전히 춥고 배고픈 나는 밥 찾으러 간다.

북두성의 도나베함바그.

식사시간을 살짝 비켜갔음에도 사람이 많다.

일하시는 분들이 전체적으로 젊다.

무뚝뚝함과 불친절의 사이를 줄타기하는.

느끼한 음식에 약한 나는 토마토 베이스의 나베함바그를 시켰다.

맛있는데 짜다.

음식이 이렇게 짠데 장수 국가란 말이지...

 

내일은 하코다테로 이동해야 하니 일찍가서 쉬자.

 

눈.

이노무시키.

힘들어 죽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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